어릴 적 여름날, 외할머니 댁에서 콩국수를 만들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부엌 한쪽에 자리 잡은 커다란 맷돌이 유난히 신기했지요. 할머니는 물에 불린 콩을 조심스레 맷돌의 구멍 속에 넣고, 손잡이를 잡아 천천히 돌리셨습니다. 당시 어렸을 때여서 맷돌의 무게 때문에 제대로 어이를 잡고 돌리지 못했던 기업이 떠올려지네요. 투박하고 오래된 골동품 같은 맷돌. 기억 저 끝에서만 자리하는 맷돌이 한국에서 발전한 독창적 도구이며,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다시금 우리 전통 기구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맷돌의 유래와 발전 과정
맷돌의 기원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구려 벽화에서도 맷돌을 이용해 곡물을 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죠, 신라와 백제에서도 맷돌이 널리 사용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더욱 대중화되어 가정에서는 물론, 한약재를 빻거나 방앗간에서 곡물을 가공하는 데에도 사용되었습니다.
맷돌이 없었다면 한국의 전통 음식도 지금과 같은 형태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처럼 맷돌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한국인의 식문화와 생활 방식을 반영한 중요한 발명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유죠.
맷돌은 대부분 화강암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맷돌이 너무 부드러운 돌로 만들어졌다면 몇 번만 사용해도 돌가루가 섞여 나왔을 것입니다. 너무 거친 돌이었다면 곡물이 고르게 갈리지 않았겠지요. 화강암은 단단하면서도 적당한 거칠기를 가지고 있어 곡물을 균일하게 갈아낼 수 있습니다. 또한, 쉽게 마모되지 않으며, 물과 접촉해도 부식되지 않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할머니께서 사용하시던 맷돌은 몇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튼튼했습니다.
왜 맷돌은 한국에서만 발달했을까?
한국에서는 두부, 콩국수, 메밀묵 등 곡물을 곱게 갈아 만드는 음식들이 발달했습니다. 이에 반해 중국과 일본에서는 맷돌을 가정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고 해요.
중국에서는 맷돌이 대형 방앗간에서 주로 사용되었으며, 가정용 맷돌은 흔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도 ‘이시우스(石臼)’라고 불리는 맷돌이 존재하지만, 주로 차 잎을 곱게 가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각 나라의 식문화뿐만 아니라, 지형과 돌의 종류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 화강암이 풍부하여 가정에서 사용하기 좋은 크기의 맷돌을 제작할 수 있었던 반면, 일본과 중국은 상대적으로 화강암보다 부드러운 석재가 많아, 맷돌 제작이 어려웠습니다.
해외에서 맷돌이 주목받는 이유
최근 한국의 맷돌은 해외에서도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건강한 조리 방식, 친환경적인 가치, 슬로우 푸드 문화, 해외 셰프와 인플루언서들의 관심, 그리고 전통적인 감성이 주는 매력 때문입니다.
맷돌은 기계와 달리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곡물을 갈아내기 때문에 영양소가 그대로 보존됩니다. 해외에서는 건강한 식습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적인 가공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맷돌은 전기 없이 손으로 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해외 소비자들에게 맷돌이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또한 빠르고 간편한 패스트푸드 대신,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이 주는 특별한 경험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맷돌을 이용한 조리법이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유명 셰프들이 한국 전통 조리 방식을 주목하면서, 맷돌을 활용한 요리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도 맷돌을 이용한 전통 음식 레시피가 점점 더 공유되고 있죠.
맷돌이 전하는 유산의 가치, 이제는 세계로
맷돌을 돌린다는 것은 단순히 곡물을 가는 것을 넘어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음식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또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경험이자, 한국인의 삶을 담아낸 문화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이제, 그 가치는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맷돌이 단순한 전통 도구가 아니라, 느림의 미학과 정성을 담은 조리 도구로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랍니다.
카테고리 없음